마르케스는 『백년의 고독』에서 하나의 ‘금기’를 통해 ‘고독’이라는 경험을 증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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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의 고독』을 읽었다면, 책 앞부분에 나오는 ‘돼지 꼬리를 가진 아이’를 기억할 것이다. 이 고독한 가문의 모든 사람에게 근친상간의 낙인이 찍혀 있다고 해도 좋다.

이제부터 정리할 관계는 꽤 충격적이다.

1세대인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와 우르술라는 사촌끼리 결혼했다. 우르술라는 돼지 꼬리를 가진 아이가 태어날까 두려워 남편과의 잠자리를 거부했다. 이 거부와 공포는, 조롱을 받은 호세 아르카디오가 상대를 죽이는 일의 간접적인 원인이 되었다. 죽은 사람에 대한 죄책감과 그 유령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둘은 고향을 떠나 마콘도를 세우고, 건강한 아이 셋을 낳았다.

2세대 호세 아르카디오는 사춘기에 어머니 우르술라에게 성적 충동을 느낀다. 카드 점을 보는 여자와 관계를 맺은 뒤, 집시들과 함께 마콘도를 떠난다. 형이 떠난 뒤 아우렐리아노는 외로움과 감정적 충동 등으로, 아직 사춘기도 오지 않은 읍장의 막내딸 레메디오스를 사랑하게 된다.

양녀 레베카는 돌아온 아르카디오와 관계를 맺고 결혼한다. 둘 사이에 혈연은 없지만, 사회 질서의 관점에서 보면 근친상간 금기 상당수는 혈연이 없는 사람들 사이에도 적용된다1. 사람들은 서로에게 복잡한 의무와 사회 규범, 권리와 지위의 관계를 지기 때문이다2. 이를 방치하면 관계는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해지거나 모순에 빠질 수 있다.

3세대에서는 호세 아르카디오와 카드 점을 보는 여자 사이에서 태어난 아르카디오2가 자기 어머니인 그 여자에게 빠진다. 아우렐리아노와 같은 여자 사이에서 태어난 아우렐리아노 호세2는 대고모 아마란타를 죽을 때까지 사랑한다.

4세대 아우렐리아노2와 호세 아르카디오2는 어린 시절 서로 신분을 바꾸었으며, 같은 여자를 공유한 적도 있다. 5세대에는 메메와 아마란타 우르술라, 두 딸이 있다. 메메는 어머니 페르난다에 의해 먼 곳의 수녀원으로 보내진 지 1년 뒤, 역시 아우렐리아노라는 이름의 남자아이를 낳는다.

그 아우렐리아노는 진실을 모른 채 이모 아마란타 우르술라를 사랑하고, 둘 사이에서는 돼지 꼬리를 가진 아이, 아우렐리아노가 태어난다. 아마란타 우르술라는 출산 후 과다 출혈로 죽는다. 7세대 ‘아우렐리아노’는 태어날 때부터 돼지 꼬리가 있었고, 그날 밤 개미들에게 먹힌다.

이것이 『백년의 고독』 속 가문의 근친상간 이야기다. 백 년을 이어온 이 가문은 다시는 대지 위에 나타나지 않는다.

관계망이 이렇게 복잡한데도 작품이 고전이 된 까닭은, 작가가 ‘고독’이라는 말을 절묘하게 표현했기 때문이다.

개인의 감정은 사회적으로 공유하거나 말로 옮기기 어렵다.
고독이 타인에게 온전히 감지된다면, 더는 고독이라고 부를 수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어느 정도는, 타인이 이해할 수 없는 감정과 신념, 지식을 갖는 것만으로도 고독하다고 할 수 있다. 유일하게 라틴어를 할 줄 아는 호세 아르카디오는 미친 사람 취급을 받으며 나무에 묶인다. 레베카는 흙을 먹고, 대령은 온종일 작은 금물고기를 만든다. 그리고 그 유명한 “마콘도에는 비가 내리고 있다.” 이렇게 각자는 하나의 외딴섬으로 떨어져 나간다. 그러니 작품에 거듭 등장하는 근친상간을 쉽게 재단하기는 어렵다. 그것은 마르케스가 고독을 표현하는 방식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다만 복잡한 이름과 관계망, 초자연적 사건들 때문에 많은 독자가 주저하다 끝까지 읽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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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의 고독』은 내가 중학교에 들어가 처음 읽은 책이다. 독서를 아주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몽환적인 이야기에 빠져 한 번에 읽어버렸다. 이후에도 자꾸 되새기게 되었고, 그렇게 라틴아메리카 문학을 좋아하게 됐다.



이쯤에서 문학적 배경을 디딤돌 삼아, 올해 존 로크 에세이 대회 철학 3번 문항, “근친상간은 왜 잘못인가?”를 생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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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친상간은 법적으로 ‘그 자체로 악한’ 범죄(mala in se)로 여겨지며3, 그 뿌리는 종교와 도덕 원칙에 깊이 닿아 있다.

돼지 꼬리에 대한 우르술라의 절실한 공포는, 근친 번식이 가져올 예측하기 어려운 유전적 결과를 소박하게 표현한 것이다. 생물을 배웠다면 가까운 혈족 사이에서 유전병의 위험이 높아진다는 것을 안다. 따라서 그 공포에는 실제 근거가 있다. 그렇다면 무엇이 근친상간을 잘못으로 규정할까? ‘두려움’이 존재할 수는 있지만, 개인의 두려움에서 명확한 ‘금기’를 곧바로 도출할 수는 없다. 사회적 차원의 부호화가 필요하다. 탤컷 파슨스(1954)는 여기에서 출발해 근친상간 금기를 인간 사회의 보편적인 핵심 특징 가운데 하나로 보았다4. 또한 금기의 변하지 않는 중심은 형제자매, 모자 관계 등 핵가족 내부에 집중된다5. 모르몬교 같은 극소수의 통혼 사례를 제외하면 말이다. 이는 근친상간이 사회의 기본 단위인 가족의 구조적 안정을 위협하기 때문이다.

금기의 기능 가운데 하나는 개인을 가족 바깥으로 ‘밀어내어’, 외혼제를 통해 더 넓은 사회적 연결망으로 나아가게 하는 것이다. 근친 교배 회피라는 기제는 개인이 새로운 관계와 ‘사회적 영역’에 들어가도록 이끌며, 가족보다 넓은 유대를 탐색하고 거기에 의지하게 한다. 동시에 심리적으로 충분히 분화되지 않은 단계에 머무는 것을 막는다.



함께 자라는 사이에 생기는 성적 거부감

핀란드 인류학자 에드바르드 베스테르마르크는 『인류 혼인사』에서, 어린 시절, 특히 6세 이전부터 함께 자란 남녀는 혈연 여부와 상관없이 성인이 된 뒤 서로에게 느끼는 성적 매력이 매우 낮다고 주장했다. 베스테르마르크 효과로 알려진 이 현상은 근친 교배를 막기 위해 진화한 예방 기제로 여겨진다. 어린 여아를 미래의 며느리로 삼아 남편 집에서 기르던 중국의 민며느리 제도는 자연 실험의 사례가 된다. 이런 혼인은 대체로 만족도와 출산율이 낮았다6. 주목할 점은 프로이트가 『토템과 터부』에서 이 가설에 정면으로 도전했다는 것이다. 인간의 가장 초기 성적 흥분은 언제나 근친상간적이라는 이유였다7 8. 즉 혈족을 향한 무의식적 성향이 보편적으로 존재하므로 사회적 금기로 억제해야 한다고 보았고, 다른 각도에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제시했다. 이 추론은 생물학의 진화적 기제와 정신분석의 욕망 억압이라는 두 설명을 가르는 핵심 분기점이다.

『토템과 터부』

『토템과 터부』는 프로이트가 1913년에 출간한 중요한 저작이다. 그는 이 책을 몹시 자랑스러워했고, 『꿈의 해석』 이후 이렇게 자신감 있게 쓴 적이 없다고 했다. 스스로 “가장 위대하며 마지막으로 쓴 좋은 책”이라고도 불렀다. 실제로 이 책은 『꿈의 해석』 다음으로 중요하게 꼽히며, 독특한 주제를 다수 다룬다. 분트와 융의 생각에서 영감을 받은 네 편의 논문으로 이루어져 있다. 근친상간에 대한 공포, 금기와 양가감정, 애니미즘·주술과 사고의 전능성, 어린 시절 토테미즘의 재현을 각각 논한다. 특히 원시 인간의 부친 살해가 갖는 의미를 강조하고, 도덕과 종교, 문화의 싹을 그 뒤에 생긴 후회와 여러 반응으로 거슬러 올라간 점도 눈에 띈다. 읽기는 어렵지만 무척 흥미롭고 가치 있는 책이다. 프로이트의 독특한 사고를 따라가다 보면 후대가 논쟁할 여러 핵심 문제에 이른다. 관심이 있다면 나중에 더 자세히 이야기해보고 싶다.

프로이트는 1장에서 근친상간에 대한 공포를 논하며, 금기의 구속력이 이른바 문명사회보다 부족사회에서 훨씬 강하다고 보았다. 그가 ‘미개인’이라 부른 이들의 극심한 공포와 민감함은, 아직 이해하지 못한 방식으로 혈연관계를 토템 관계로 대체한다는 결론이었다. 부족의 외혼 체계는 구성원이 집단 밖에서 성적 상대를 찾도록 요구한다. ‘토템’은 부족의 정신이 깃들었다고 믿으며 신성하게 여기는 특정 동물이다. 같은 토템을 믿는 사람끼리는 성관계가 금지되고, 토템 동물을 사냥해 죽이는 것도 허용되지 않는다. 굳이 강조하지 않더라도, 토템의 금지 안에 이미 실질적인 근친상간 금기가 들어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토템의 금기,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부친 살해 신화

이것은 프로이트 이론에서 가장 논쟁적인 핵심 주장이다. 그는 토템 숭배가 원시 부족의 ‘원초적 아버지 신화’에서 비롯되었다고 보았다. 아버지에게 쫓겨난 아들들이 힘을 합쳐 아버지를 죽이고 먹은 뒤, 죄책감 때문에 아버지를 신격화하여 토템 동물을 대신 숭배했다는 것이다. 동물은 그렇게 ‘원초적 아버지’의 대체물이 된다. 아버지를 쓰러뜨린 형제들은 부친 살해의 죄책감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애초에 가장 원했던 것인 여성에 대한 접근을 스스로 금지해야 했다. 또한 누구도 혼자 아버지의 자리를 대신할 수 없었으므로, 평화롭게 공존하려면 외혼제를 세워야 했다.

프로이트의 이론에서 근친상간 금기는 억압된 욕망의 산물로 해석된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한 그리스 신화의 오이디푸스를 바탕으로, 아이가 이성 부모에게 품는 욕망과 동성 부모에 대한 질투·경쟁을 가리키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제시했다. 또한 금기의 강도는 억압된 성욕의 강도에 비례한다고 주장했다. 토템 제도는 근친상간을 막을 뿐 아니라 혈연을 사회적 관계로 대체하며 독특한 친족 호칭 체계를 형성한다. 따라서 원시사회의 도덕과 종교는 모두 부친 살해에 대한 죄책감에서 나오며, 토템 제도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의 표현이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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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https://www.simplypsychology.org/sigmund-freud.html

마지막으로, 근친상간 금기의 기원에 관한 연구는 오랫동안 ‘선천적 본능 대 후천적 학습’, ‘본성 대 양육’이라는 이분법에 지배되었다. 생물사회적 이론은 이 대립을 넘기 위한 통합적 방향으로 등장했다. 파슨스는 이미 1954년, 이처럼 보편적인 것은 인간 사회의 토대에 깊이 박힌 여러 요인이 함께 작용한 결과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사회학적 고려와 심리학적 고려를 결합해야 하며, 어느 한 영역을 우회하려는 이론은 난관에 빠진다”고 했다9. 따라서 ‘근친상간은 왜 잘못인가’는 생물학이나 심리학 어느 한쪽만으로 답하기 어렵다. 예측하기 어려운 건강상의 위험, 수반되는 도덕적 문제와 사회 질서의 혼란이 본능적인 혐오와 공포를 불러일으킨다고는 말할 수 있다. 인간이 생물학적 ‘근친 교배 회피’를 문화적 ‘근친상간 금기’로 끌어올린 것, 곧 회피 행동을 규범적 금지로 바꾼 것은 생물학적 토대와 문화적 상징이 상호작용한 결과다.



덧붙이는 말:

돌아왔습니다.


참고문헌

본문에 등장한 순서:

1 The Editors of Encyclopaedia Britannica. (n.d.). incest. Encyclopaedia Britannica. Retrieved September 3, 2026, from https://www.britannica.com/topic/incest

2 Gebhard, P.H. (2026, August 25). human sexual activityEncyclopedia Britannica. https://www.britannica.com/topic/human-sexual-activity

3 Yodkhul, S. (2015). ความผิดฐานมีเพศสัมพันธ์ในเครือญาติ (Incest) [Master's thesis, Thammasat University]. Thammasat University E-Thesis Archive. http://ethesisarchive.library.tu.ac.th/thesis/2015/TU_2015_5501031776_4131_3142.pdf

4 Parsons, T. (1954). The incest taboo in relation to social structure and the socialization of the child. The British Journal of Sociology, 5(2), 101–117. https://doi.org/10.2307/587649 

5 Ropmay, D. D. (2017). A note on the incest taboo: The case of the matrilineal Khasis. IOSR Journal of Humanities and Social Science, 22(5), 41–46. https://doi.org/10.9790/0837-2205014146

6 Westermarck, E. (1891). The history of human marriage. Macmillan.

7 Freud, S. (1913/1950). Totem and taboo: Some points of agreement between the mental lives of savages and neurotics (J. Strachey, Trans.). W. W. Norton.

8 McLeod, S. (2024). Sigmund Freud's theories. Simply Psychology. https://www.simplypsychology.org/sigmund-freud.html 

9 Parsons, T. (1954). The incest taboo in relation to social structure and the socialization of the child. The British Journal of Sociology, 5(2), 101–117. https://doi.org/10.2307/587649

Nagle, L. E. (2004). The grammar of incest: Boundary violation, disgust, and the slippery slope trope. Cardozo Public Law, Policy & Ethics Journal.

Wertheimer, R. (1976). What is wrong with incest? Inquiry, 19(1–4), 243–259. https://doi.org/10.1080/002017476086017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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