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아닌 동물을 잘 대해야 할 도덕적 의무는 권리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즐거움을 느끼는 것처럼, 동물도 자신의 이익에 해당하는 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생긴다. 이는 인간 사회 전반에 울림을 주는 인도적인 숙고다. 이처럼 이익을 경험할 수 있는 능력이야말로 동물에게 도덕적 배려를 베풀어야 하는 유일하고 근본적인 이유로 볼 수 있다.
우리가 동물을 잘 대하고 동물에 대한 의무를 받아들이는 것은 동물에게 도덕적·법적 권리가 있기 때문이 아니다. 그들의 고통을 피하고 복지, 곧 이익을 증진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가 있기 때문이다.
칸트는 『도덕형이상학』에서 권리의 주체를 ‘보편적 법칙을 이해할 수 있는 이성적 존재’로 명확히 한정한다. 이성을 지닌 존재만이 도덕적 행위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성을 갖추지 못한 동물은 도덕적 배려의 범위에서 자연스럽게 제외되지만, 동물의 복지는 우리의 도덕적 고려에 포함할 가치가 있다.

동물을 잘 대해야 하는 이유가 권리가 아니라 이익에 있다는 주장을 좀 더 깊이 살펴보려면, 크게 두 가지 질문으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다.
1. 동물에게 권리는 없지만 이익은 있는 이유가 무엇인가?
2. 이익만으로도 인간의 도덕적 배려를 요구할 수 있는 이유가 무엇인가?
두 질문은 권리론과 이익론을 개념과 이론, 그리고 실제 적용이라는 측면에서 각각 검토하도록 이끈다.
I. 동물에게 권리는 없지만 이익은 있는 이유
동물에게는 왜 권리가 없으면서 이익은 있는가?
권리와 이익의 본질적인 차이는 이렇다. 권리는 도덕이나 법이 부여하는 자격으로, 주체의 자율성과 불가침성을 강조한다. 반면 이익은 어떤 존재의 필요를 충족하기 위해 제공하는 혜택으로, 그 존재의 안녕에 기여한다. 다시 말해 권리는 도덕적 행위자가 지켜야 할 의무와 연결되고, 이익은 도덕적 피행위자가 받아야 할 배려와 연결된다.
따라서 일부 동물권 옹호자들이 ‘동물의 이익을 인정하는 것은 곧 권리를 부여하는 일’이라고 주장할 때, 그 핵심은 도덕적 고려의 근거를 ‘이성적으로 계약할 능력’에서 ‘삶의 경험 그 자체가 지닌 가치’로 옮기는 데 있다.
이 질문에 답하려면 권리와 의무가 깊이 묶여 있다는 점부터 분명히 해야 한다. 우선 권리를 갖기 위해서는 도덕적 판단 능력이 필요하다(Carl Cohen). 그러나 개체군과 생태계는 도덕과 무관하게 작동한다.
자연은 에너지의 흐름과 자원 경쟁을 중심으로 움직인다. 포식이나 기생 같은 관계를 설명하는 데 ‘권리’라는 틀은 필요하지 않다. 포식자는 먹이의 ‘생명권’을 존중할 의무가 없으며, 철새는 기후 변화에 따라 이동 경로를 바꾼다. 이는 생존상의 이익에 대한 반응이지 도덕적 판단에 따른 주장이 아니다. 따라서 인간이 아닌 동물은 권리를 가질 수 없다.
권리의 다른 면인 의무에서 보더라도, 의무를 이행하려면 이성적 개인들이 권리와 의무의 상호성, 즉 Recht & Pflicht를 바탕으로 사회계약을 맺어야 한다. 이는 롤스의 이론에서처럼 권리의 기원을 설명하는 핵심이기도 하다.
하지만 비인간 동물 사회에는 계약 이론이 없다. 예를 들어 돌고래는 공감 능력 덕분에 다친 동료를 자발적으로 도울 수 있지만, ‘동족을 해쳐서는 안 된다’는 법을 스스로 제정하지는 않는다.
동물이 공감과 이타적 행동을 보이더라도, 이는 인간의 사회계약과 같은 이성적 협의에 기초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동물 사이에서는 상호 인정 관계가 성립할 수 없다. 도덕적 의무를 구성하는 이 근원[5]이 없으므로, 비인간 동물은 도덕 공동체의 형성에 참여할 수 없다. 도덕적 판단 능력도, 권리에 따르는 의무를 부담한다는 의식도 없기 때문에 권리를 주장할 자격 역시 없다.
신경과학에 따르면 비인간 동물은 인간과 유사한 신경 회로를 지니며, 감정과 고통, 즐거움을 경험한다. 복잡한 감정과 의식 활동을 뒷받침하는 신경해부학적·신경화학적 기반도 인간과 비슷하다. 그러나 거울 검사를 통과하는 동물은 매우 적다. 따라서 동물에게는 자기 인식과 도덕적 추론 능력, 가령 타인의 심리 상태를 이해하는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런 과학적 근거는 동물을 ‘권리의 주체’보다는 ‘도덕적 배려의 대상’으로 포함하는 입장을 더 잘 뒷받침한다.
신경과학의 발견을 통해 동물을 도덕적 피행위자로 규정하더라도, 가장 근본적인 윤리적 질문은 남는다. 왜 ‘고통을 느낄 능력’이라는 하나의 이익만으로 인간에게 도덕적 고려를 요구할 수 있는가? 고통을 느낀다는 사실이 왜 인간의 도덕적 배려 의무를 낳는가?
II. 이익만으로도 도덕적 배려를 요구할 수 있는 이유
왜 이익만으로 인간의 도덕적 고려를 정당화할 수 있는가?

현행 법체계는 세상의 존재를 크게 ‘인격체’와 ‘재산’으로 나눈다. 인격체에는 권리가 있고 재산에는 없다. 하버드 법학 교수 Kristen Stilt의 설명이다(Feinberg가 2016년 인용). 하지만 동물의 권리가 보편적으로 인정되지 않더라도, 고통을 줄이는 일은 이미 윤리적 최소 기준이 되었다. 예를 들어 유럽연합의 동물복지법은 비인간 동물에게 ‘권리’가 아닌 ‘복지’를 보장해야 한다는 데 기초한다. 여기서 복지란 사회에서 불리한 처지에 놓인 구성원에게 제공하는 정부의 지원이다. 이에 따라 학대를 금지하고, 죽임을 당할 때도 고통을 줄이도록 요구한다. 오랜 공존 속에서 동물은 인간 사회의 일부가 되었으며, 이익과 필요가 충족되지 않으면 사회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놓인다. 따라서 정부는 복지의 형태로 비인간 동물을 지원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동물법’은 본질적으로 보호와 복지를 다루며, ‘권리’의 차원에 이르지는 않는다. 예컨대 독일은 2002년 6월 동물을 죽일 때 불필요한 고통을 피하도록 구체적으로 요구했지만, 법적 권리를 부여한 것은 아니었다. 따라서 동물법은 권리의 단계로 나아가지 않으면서도 보호와 복지를 실현하는 법일 수 있다. 인간과 동물 관계의 핵심은 형이상학적인 법철학 논쟁이 아니라 동물의 이익을 보호하고 그 고통에 적극적으로 응답하는 데 있다.
다시 말해, 동물에게 이익이 있음을 인정하는 것만으로도 강한 의무를 도출할 수 있다.
이는 실험이나 식용처럼 논쟁적인 영역에서 특히 선명하다. 공장식 축산은 엄청난 고통을 유발한다. 동물을 권리를 가진 도덕적 주체로 보지 않더라도, 인간에게는 피할 수 있는 고통을 줄일 책임이 있다. 우리가 비인간 동물을 잘 대하는 것 또한 도덕적 행위자인 인간이 동물에게 지는 책임에 기초한다(Rollin).
칸트는 인간이 동물에게 간접적 의무를 진다고 보았다. 동물 학대가 인간성을 훼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잔혹한 행동은 품성을 타락시키고, 나아가 다른 사람을 대하는 도덕적 태도에도 영향을 준다. 『윤리학 강의』에서 그는 “동물에 대한 의무는 사실 인간 자신에 대한 의무다. […] 동물에게 잔인한 사람은 타인에게도 냉혹해지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둘째, 학대는 자기 자신에 대한 의무도 저버린다. 인간은 도덕적 온전함을 유지해야 하며, 동물 학대는 그 의무에 어긋난다. 결국 동물을 배려하는 일은 인간성을 지키는 일이다.
간단히 말하면, ‘고통을 느낄 능력’만으로도 인간에게 동물 보호를 요구할 수 있다. 권리의 귀속을 둘러싼 논쟁에 먼저 빠져들 필요는 없다.
III. 오늘날의 동물권 운동에 대한 관찰과 논의
권리론을 대표하는 Tom Regan은 동물도 인간과 마찬가지로 ‘삶의 주체’이며, 생명과 신체의 온전함, 자유에 대한 권리가 있다고 말한다. 그는 고통과 즐거움, 욕구와 충족을 경험하는 모든 존재를 인격성, 즉 ‘삶의 주체’의 범주에 넣고 내재적 가치와 도덕적 권리를 부여한다. 그러나 이 기준은 매우 모호하다. 영아나 심각한 인지장애가 있는 일부 인간은 제외하면서, 유인원 같은 고등 동물은 포함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자. 태아가 자기 인식이 없어서 권리를 갖지 못한다면, 마찬가지로 자기 인식이 없는 돼지는 고통을 느낀다는 이유로 더 높은 도덕적 지위를 얻는가? 이런 식으로 도덕적 주체의 범위를 넓히면 인간과 동물의 자연적 차이가 흐려지고 도덕 공동체의 경계를 지나치게 넘어서게 된다.

비인간 동물은 실제 경험과 감각 능력을 갖지만, 도덕 규칙을 이해하지 못하고 위반에 따른 책임도 질 수 없다. 따라서 그들은 ‘도덕적 피행위자’다. 그렇다고 동물이 목적 그 자체가 아니라는 이유로 순전한 도구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우리는 고통을 줄일 의무를 이행한다. 이것이 비인간 동물을 잘 대하고 그 이익을 고려하는 주된 이유다(Bentham).
칸트주의에서는 이성이 도덕적 행위자가 되기 위한 핵심 조건이다. 동물은 이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므로 도덕 공동체에서 제외된다. 반면 동물권 운동이 주장하는 ‘종 평등주의’는 사실상 동물을 우선하며 권리를 인정하자는 뜻이 될 수 있다. 극단적인 경우에는 인간의 생명이 위협받더라도 말이다. Tom Regan은 ‘삶의 주체’ 기준을 더 확장하여 인간과 동물 모두 생명권, 자유권 등의 동등한 도덕적 권리를 누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런 평등은 타당한가?
인간과 동물이라는 두 범주를 살펴보면, 양자 사이에 중요하고 도덕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도덕적 행위자의 개념을 명확히 해야 한다. I부에서 말했듯 동물은 도덕적 피행위자이지 행위자가 아니다. 하지만 동물권 활동가들은 동물도 인간과 같은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둘이 동일하다는 뜻이 아니라, 차이가 도덕적으로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Bernard E. Rollin은 이렇게 말한다. “인간과 동물 사이에서 도덕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를 찾을 수 없다면, 그것이 동물의 도덕적 지위를 논의할 가장 강력한 근거가 될 것이다.”
인간은 생물학적 진화에만 의존하지 않고 문화적 진화를 통해 도덕 능력을 발전시켰다. 도덕 의식이 있기에 인간에게는 더 높은 책임이 있고, 동물은 그런 책임을 지지 않는다. 예를 들어 기독교는 인간이 신의 형상대로 창조되었기에 특별한 도덕적 지위를 지닌다고 보고, ‘영혼’을 이성적 능력과 연결한다. 이는 동물을 도덕적 고려에서 제외하는 철학적 근거가 되며, 인간의 도덕적 독자성을 더욱 강화한다. 따라서 도덕의 범주는 인간을 넘어서지 않는다는 것이다.
동물권 운동에는 분명한 약점이 있다. 지지자들은 종종 동물에 대한 ‘절대적 보호’를 요구한다. 비인간 동물의 이용에 반대하고, 상업적 축산과 모피 산업, 과학 연구까지 모든 착취를 비난한다. 그러나 현실에서 이는 분명 실현하기 어렵다. 과학 연구에는 동물실험이 필요하며, 영국의 동물학대방지협회나 OneKind처럼 적극적인 단체도 일부 실험의 필요성은 인정한다.
찰스 다윈은 동물 연구 금지에 반대하는 증언을 했으며, 동물을 해칠까 봐 연구에 사용하지 않는 것은 지식의 획득을 막으므로 더 큰 악이라고 보았다.
역사적으로 항체와 비타민, 인슐린에 관한 이해는 모두 동물실험의 도움을 받았다. 동물실험은 신경계의 작동 원리를 폭넓게 탐구하게 했고, 뇌와 유전 질환의 원인, 면역 반응, 바이러스성 질환을 비롯한 여러 의학적 난제에서 큰 진전을 이끌었다. 동물실험이 없었다면 이런 발전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연구 도구로서의 동물 덕분에 의학은 수많은 생명을 구하고 회복시켰다. 따라서 이 선택지를 부정하는 동물권 이론은 받아들일 수 없다. “의학은 이제 실험 대상으로 동물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동물권 운동의 주장 역시 잘못임을 보여 줄 수 있다.

내가 정말로 탐구하려는 질문은 다음과 같다.
동물에게 권리가 있다고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권리 대신 이익에 기초한 틀로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규정하고, 도덕적으로 잘 대하며 법적으로 보호할 수 있을까?
답은 그렇다는 것이다.
인간과 동물의 상호작용은 동물에게도 이익을 줄 수 있다. Kevin Dolan은 『Ethics, Animals, and Science』에서 그 여러 방식을 설명한다. 예를 들어 가축화는 동물이 생존의 어려움을 피하게 해 주고, 정부의 학대 방지 법률은 삶의 조건을 개선한다. 수의학의 발전 역시 생존율을 크게 높여 복지를 지킨다. 모두 비인간 동물의 이익을 충족하는 사례이지만, 동물에게 권리를 부여한 것은 아니다.
동물실험이 곧 인도적 도살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공리주의 역시 불필요한 위해를 금지한다. 생명을 죽이는 것은 이익론의 ‘고통 최소화’ 원칙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과학자들은 동물의 이익을 최대한 충족하려고 노력하며 법적 규정을 지키면서 실험을 수행한다. 어떤 분야에서는 법이 잠재적으로 유해한 물질을 동물에게 시험하도록 요구하기도 한다.
동물에게 권리가 아닌 이익이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더 수월하게 착취하자는 뜻이 아니다. 전체의 복지를 최대화하는 관점에서 대우 방식을 결정하여 더 나은 도덕적 보장을 제공하려는 것이다.
V. 맺음말
동물을 잘 대하는 일의 핵심은 동물을 권리 주체로 보는 데 있지 않고, 인간의 이익과 동물의 복지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데 있다. 이 입장은 동물에게 권리 체계에 참여할 능력이 없으며, 기존 동물권 이론에도 논리적 결함이 남아 있다는 판단에 기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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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지난해(2025년) John Locke 에세이 대회의 철학 두 번째 문제를 다룬 글입니다.

계속 묵은 글을 꺼내 데우는 중입니다. 쓰는 동안 도와주신 모든 분께 감사합니다.
쓴 지 거의 1년이 된 글인데, 오늘 편집하면서 머리가 윙윙 울렸어요. 이제 새로운 글을 쓸 준비를 하려고요!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이 계정도 곧 1주년이네요. 제 글을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올해는 더 좋은 글로 찾아올게요. ❤️